중국-시안(5일차-오전,오후,저녁까지)
숙소에서 후코우폭포 투어 외국인이라 거절당했는데.... 포기할 수 없었다. 어제 서점 가는 길에 작은 여행사가 있길래 외국인도 갈 수 있냐고 했더니 된단다. 여행사 벽에 붙은 홍보물에는 훤원묘?(중국 신화 인물이자 단군할배 같은 존재)와 세트 상품도 있다. 처음에는 후코우폭포 투어만 예매했다가 돈을 좀 더 주고 세트 투어로 바꿨다.
여행사 언니가 아침 6시 30 출발이니 6시 20분까지 가게 앞으로 와서 버스를 타라고 했다. 마땅히 연락을 할 방법이 없는 내게 내 짧은 중국어도 한 몫 여행사 언니는 재차 삼차 6시 20분이라 강조했다. 친절하게 표에도 써 줬다.. 허 근데 이 출발시간이 아주 아주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로...
새벽 5시. 두근두근, 계획에 없던 후코우폭포, 외국인은 못간다 했던 후코우폭포를 방문한다는 생각과 여행사 언니의 신신당부 때문에 일찍 일어났다. 집결지가 숙소 코 앞인데도 나는 나를 못믿고 6시부터 기다렸다. 에휴 나란 인간. 그리고 이때 유심 데이터만 산 게 어찌나 후회되던지, 왓츠앱 안깔고 온게 어찌나 후회되던지....
6시 20분인데 버스가 안온다. 30분인데 버스가 안온다. 아 오긴 했다. 2대나 왔다. 하지만 표를 보여드리니 이 버스가 아니란다. 앞차에 가서 기웃대니 여기도 아니란다. 안되보였겠지? 가이드 한분이 표를 보여달라고 하시더니 고맙게도 대신 전화해서 알아봐 주셨다. 근데 또 자세히 설명은 안해주고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언제 오는겨? 버스를 2대나 떠나보내고 오매불망 버스 오기를 기다리는데 승용차 한대가 내 앞에 섰다. 이건가? 설마 이거 타고 가나?.
아주머니가 한 분 내리더니 국적부터 파악하신다. 후코우폭포 가는 한국인이냐고. 당시 잘 생각이 안나는데 내 여권을 보여줬던거 같다. 이 아주머니는 관광버스에 아침을 대주시는 분이었다. 아침식사는 도우장(콩물)이랑 중국 시안식 햄버거 러우자모였다. 먹을래? 하고 묻는건 사먹으라는 거지? 하나 사먹었다. 도우장 너무 맛있었다. 추워서 오돌오돌 떨다가 따뜻한 도우장이 뱃속에 들어가니 살 것 같았다. 아, 또 이때 피곤해서인지, 날씨 탓인지, 숙소 집먼지 때문인지 눈이 안떠질 정도로 아팠다. 아주머니 승용차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있었더니 잠깐 차에 앉아서 쉬라고 해주셨다. 중국 츤데레 정을 또 한번 느꼈다.
버스는 7시에 왔다. 젊은 여자 가이드다. 우리 버스는 한 곳을 더 들려 손님을 더 태웠는데 그 사이에 아침인 도우장과 러우자모를 나눠줬다..근데 나는 안준다. 왜? 내꺼 까먹은거니? 나도 하나 달랬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한다. 당연히 (중국어가) 안들리니 뭐가 뭔지 몰랐는데 눈치로 추측컨대 아까 그 아주머니와 접선포인트를 잡는 것이였다. 그리고 결제하라고 했다. ㅎㅎ 하...굳이 안먹어도 되었는데.... 내 표에는 아침이 포함이 안되어 있었나보다. 덕분에 이날 도우장을 2개나 먹었다. 이미 반한 맛이기에 또 먹어도 맛있더라. 이때 알리페이가 안되서 가지고 있던 현금으로 결제했다.
한참을 달리다가 잠깐 휴게소에 내렸다. 중국 간식이 많았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도우장과 어제 훼민제에서 산 간식이 있어서 화장실만 다녀왔다. 오이 사볼걸....그랬나 기억이 믹스되었네. 오이는 장가계다 아 대추 튀김 내 입에 안맞다. 내 입맛은 노스윗, 노튀김 주의라.
다시 버스는 한참을 달렸다. 버스에서 준비를 정말 많이 한 가이드 아가씨가 후코오폭포에 대해 설명한거 같은데 정말 1도 못알아 들었다. A4용지에 어마어마한 내용을 프린트해와서 줄줄 읽는데.... 중국인여행객들도 처음에 듣더니 점점 눈빛이 흐릿해졌다. 그리고도 좀 더 달려서 우리 버스는 점심을 먹을 마을에 내렸다. 식당이 아니고 마을에...
黄河故事
황하 이야기
体验 黄河畔 那些年 那些事
황하 강변에서 그 시절의 일들을 체험한다.
(이정도로 해석하면 되니?)
버스에서 내린 우리를 마을 주민들이(겠지? ) 중국 타악기로 요란하게 맞아줬다. 우리 농악 정도로 생각하면 될거 같다. 정제된 공연은 아니었다. 짧은 환영에 이어서 식당으로 이동했다.
식당 규모에 좀 놀랐는데 .... 마을 공동운영 식당인가? 싶기도 하고 .... 물어봐도 못 알아 들으니 머 알 수가 없다. 밥이 나왔는데 진수성찬. 뭣보다 간이 완전 한국식이다. 우리 버스에 혼자 온 사람은 나 하나고, 외국인도 나 하나다. 그래서 눈치 아닌 눈치를 보며 신경을 썼는데 중국인들도 나를 신경쓰는것 같았다. 아, 예의가 바른건지 아무도 나한테 말을 안건다.ㅎㅎㅎ 근데 또 신경쓰고 있다가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쓰윽하고 도와준다. 그래서 중국인은 좀 츤데레인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반찬 많이 먹고 싶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이때는 정말 하나도 안친할때라. 아 끝날때까지 말 몇마디 해본 부녀가 있었는데 예쁘고 말도 잘하고 ㅎㅎㅎ 컨디션만 좋았으면 더 좋았을 것을....
생선 진짜 맛있었다. 감자 반찬 끝내줬다. 하나 같이 다 맛있었다. 지금도 생각난다. 여행지 음식 중에 다시 먹고 싶은 현지 음식 별로 없는데 태국 참아일랜드에서 먹은 점심, 종루 중국집 백탕 요리, 스리랑카 해산물 파스타(현지음식은아니다), 그리고 여기).
가이드가 독고 외국인인 나를 살뜰히 챙겨줬다. 식사 후에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더니 일대일로 설명해주는거다. 물론 HSK듣기 평가였지만, 괜히 신났다. 여기는 흙산인데 흙을 파서 집을 만든 것이란다.( 제대로 알아들었겠지?) 가이드가 츤데레인게 사근사근은 아닌데 필요한건 다 챙겨줬다. 사실 사진도 필요없었는데 찍으라고 권해줘서 찍었더니 너무 맘에 들게 나왔다.
집안 구경을 했는데 흙 침대가 놓여 있고, 아궁이가 방안에 있는게 충격적이었다. 온돌흙이다. 따뜻은 하겠다. 근데 숨은?숨은? 생각만 해도 숨막힌다. 근래에 봤던 중국드라마 인생지로의 진효 시골집 장면이 떠올랐다. 드라마 속에 방에 아궁이가 있었던거 같은데 정말 방에 아궁이 있는 집이 있었구나..... 그러면서 온돌 창조하신 조상님들께 더욱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는...덧붙이면 인생지로 배경이 산시성 이었다.
다시 한참을 달려 후커우폭포에 도착했다. 도착 직전까지 정말 손에 땀나는 몹쓸 추억을 만들었다. 새벽에 도우장은 잘만 결제되더니, 버스안에서 알리페이가 말을 안듣는다. 폭포 입구에서 버스를 갈아타려면 표를 사야하는데 (입구에서 폭포까지 걸어서 못간다. 아니 가겠지 가다가 지치겠지) 온갖 방법을 다 시도했지만, 내가 버스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 갑자기 알리페이가 안되는 일이 많이 있는거 같다. 몇번 검색만 했는데 성토글이 곳곳에... 해결방법은 이렇다. 알리페이에 전화한다. 등록카드를 삭제하고 다시 등록한다(안될 수도 있다고 했다 / 이날 밤에 돌아가서 이 방법으로 해결했다.), 다른 카드를 등록한다. 지푸페이를 쓴다. 실물카드를 쓴다. 현금을 쓴다.
나는 이날 카드 안들고 나왔고(한국에서 들고 온 카드도 1장 뿐이었다) 현금은 거의 없었고, 전화 안되는 데이터 유심이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검색뿐이었다. 도착직전까지 시도하다가 결국 중국어 언어교환하는 춘례 엄마에게 연락했다. 한국에 사는 중국인 춘례엄마가 가이드한테 이체해 준 덕분에 여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이때 나만 초초했지.... 가이드도 잘 될거라며 아주 느긋하던데?
정말 버스내리기 막판에 버스표와 공연표를 결제를 했다.
쫄리던 표가 해결되자 이때부터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이때 도착하기도 했고) 이때부터는 좀 바보 된 듯. 그냥 감탄사가 막 튀어나왔다.
"우와 이게 황하구나, 이야, 이야 "
계속 이 모드였다.
또 가라고 하면 또 가고 싶은 여행지다. 그리고 이때 신기하게 눈도 안가지럽고 재채기도 안했다. 시안 여행 내내 날 괴롭힌 비염은 공기 탓이었겠지.
그리고 강변에서 전통 복장 입고 당나귀 타고 체험이 있길래 사진을 몇장 찍었다. 끼리끼리 와서 찍더라만은 뭐어뗘 나만 신나면 되지. 사진 되게 맘에 들게 나왔다. 근데 찍는 내내 내가 좀 우꼈는지 찍어주는 아저씨가 더 좋아하셨다.
두 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있었는데 나는 공연을 선택했다. 중국 공산당과 황하의 이야기인데 내가 중국인었다면 감동했을거 같은데 내 옆에 중국아저씨는 졸더라. 대사는 잘 이해 안되도 전쟁으로 인한 젊은이들의 희생 그리고 그 희생 위에 세워진 현재의 중국을 그려낸 그런 감동스러운 스토리였다. 좀 길기도 하도 대사는 안들리니 나도 좀 졸리더라.
돌아오는 길에 헌원 묘 안가냐고 했더니 안간다네???뭐지????
머리 속에 왜 헌원묘는 안가로 꽉 차고, 또 나눠주는 과자를 먹으며 다시 종루로 복귀했다. 가이드가 과자 팔았는데 손님들이 열개씩 스므게씩 사갔다. 나는 먹으면서 애처롭게 카드가 안돼서 못사라고 했더니 이해한다면서 과자 하나 더 주고 갔다. 이 과자류는 잘 기억아나는데 버스가 좀 쌌던거 같다. 종루 복귀 한 시간은 대략 7시 정도였다 기억 가물 버스에서 내리니 배가 너무 고파서 눈앞에 보이는 식당에 무작정 들어갔다. 진심 가진게 없었기에 동전을 탈탈 털어서 차오면을 시켜먹었다. 좀 짜긴 했지만 맛있었음. 물 시킬 돈이 없었다.
배가 부르니 훤원묘 안간거 물어봐야겠다 싶어졌다. 숙소 앞 여행사로 갔더니 여행사 언니는 없고, 아저씨가 앉아 계셨다. 내가 아는 모든 단어를 활용해서 "훤원묘 안갔다"고 했다. 그랬더니 어제 오후에 나를 찾아다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머지? 어제 나랑 아저씨는 만나지도 않았자나요..... 알고 보니 그 여행사 언니가 버스 시간을 잘못 알려줬던 것이다. 훤원묘까지 가려면 새벽 4시 출발이라고 했다. (5시일수있음- 내귀가 중국어에 취약함)
시간을 다시 알려줘야 되서 나를 찾아다녔다고 하시는데 시간 잘못 알려준 여행사 언니보다 저렴하게 여행하려고 데이터만 산 나한테 빡쳤다. 물론 힘이 빠져서 힘차게 빡칠 수도 없었다. 어찌나 바보 같던지. 전화 한통이면 해결될 일을 (근데 이걸 4개월 후에 싱가포르에서 또 겪는다.인간은 안변해 ) 그리고 이 주인아저씨가 나를 진짜로 찾아다녔는지는 알 수 없지.
이왕 이렇게 된거 그럼 훤원묘만 환불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알리페이로 해주겠다고 하신다. 나 알리페이 안되요. 했더니 먼소리야 하는 표정이다. 아 이날 이 아저씨랑 대화 녹음해둘걸. 급박한 상황속에서 언어가 느는게 느껴진다. 나는 희열을 느꼈지만, 이아저씨는 우꼈나보다. 나는 중국 무협 드라마에서 중국어를 배워서 생각나는 대로 말했더니 신기하게 쳐다보더라. 결국 현금으로 환불해주신다고 했다. 그리고는 경찰한테 현금을 빌린건지 내가 우껴서인지 경찰을 대동해서 왔다. 아 그리고 이 아저씨도 고마운게 만약에 카드가 해결 안되면 다시 찾아오랬다. 도와주겠다고. 고마운 여행사 아저씨 같으니라고.
여튼 환불 받은 현금으로 공항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카드가 딱히 해결 안되도 되는 상황이 된거다. ㅎㅎㅎ하지만 나는 해결하고 말지.덕분에 과소비도 했지